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 연합] 코스피 9000 시대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로 시장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극심한 쏠림 현상이 이른바 ’자금 블랙홀’을 만들면서,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은 1000선 유지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전 9시 40분 기준 전일 대비 2.85% 상승한 9322.27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는 1.61% 하락한 984.86으로 내려앉았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115% 상승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8% 상승에 그치며 국내 양대 시장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양대 시장 분위기를 가른 것은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는 312.44% 뛰었고, 삼성전자도 202.3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코스피 시총 비중 두 달여 만에 10%p 증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코스피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119조2760억원, SK하이닉스는 1913조6059억원이다. 이 두 종목의 시가총액 합만 4032조원을 넘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7412조5749억원)의 54.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만 하더라도 두 종목의 시총 비중은 42% 수준이었으나, 불과 두 달여 만에 10%p 이상 급증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두 반도체 대장주를 사기 위해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처에서 자금을 대거 빼고 있다는 점이다.
6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코스피 시장에서는 무려 16조161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중 삼성전자에 8조4051억원이, SK하이닉스에 1조3058억원의 순매수가 몰렸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1조87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코스닥 지수는 이달에만 7% 가까이 하락 중이다.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의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신용공여 잔고 추이 역시 쏠림 현상을 방증한다. 코스닥 시장의 신용공여는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11조원을 넘어서며 소폭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최근 들어 8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코스피 시장의 신용공여는 연초 17조원대에서 현재 28조원대로 10조원 이상 폭증했다. 공격적인 레버리지 자금마저 코스닥을 버리고 대형 반도체주로 몰려간 셈이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 연합] ◆삼성전자·SK하이닉스 회복력 증명…코스닥 투자 메리트 저하
이러한 현상은 최근 시장의 변동성 확대 구간을 거치며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쟁 등 매크로 이슈에 따라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급락 후에도 가장 먼저 회복한 종목은 압도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이러한 변동성 장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회복력을 체감한 투자자들은 두 종목 위주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나서고 있다. 쏠림이 쏠림을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코스닥 시장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점도 코스피 시장으로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우량주를 통해 ’로우리스크 하이리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자금 블랙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견고할 전망이다. 주식 가격이 기업가치보다 너무 비싸다고 평가가 나오기 전까지 온기의 확산보다 집중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 개인 투자자는 "증시가 역대급으로 좋다고 하는데 정작 제 계좌는 파란불(수익률 마이너스)"이라며 "반도체주, 특히 SK하이닉스를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가 계좌 수익률을 좌우하고 있다보니 포모(FOMO)가 굉장히 세게 온다"고 토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달리는 말(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내려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스닥 시장의 경우 실적이 뒷받침 되는 종목의 선정이 중요하고 향후 정부의 코스닥 체질개선 정책 효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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