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경. [출처=EBN]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집값이 들썩이면서 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 통근 버스 노선을 따라 이른바 ’셔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시장 과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관측이다. 특히 내년까지 양사에서 풀릴 수 있는 부동산 관련 유동성이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과열 억제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기반 성과급과 무주택 직원 대상 사내 대출을 합산한 내년도 부동산 대기 자금은 최대 53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성과급으로 인한 유동성이 23조원, 사내 대출 유동성이 30조원을 각각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노사협상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10.5%를 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가 약 360조원에 달해 성과급 재원만 37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약 40%)를 제외한 실수령 총액은 22조7000억원 규모다. 자사주로 지급되는 성과급 중 첫해 매각 가능 비율(3분의 1)을 적용하면 내년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은 약 7조6000억원이다.
또 삼성전자는 최대 5억원의 주택 자금을 연 1.5% 금리로 빌려주는 사내 대출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삼성전자 임직원 약 12만8000명에 수도권 무주택 가구 비율(45%)을 대입하면 대상자는 약 5만8000명이다. 이들이 최대 한도로 대출을 받을 경우 총액은 29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사내 대출에 대한 총량 한도를 별도로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과 사내 대출을 더한 삼성전자발 부동산 대기 자금만 내년까지 36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최근 3개월간 집계된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 약 260조원을 적용하면 성과급 재원은 26조원 규모다. 전액 현금 지급 조건으로 소득세를 제외한 실수령액은 15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연 1.5% 금리로 최대 1억원을 지원하는 사내 대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임직원 3만4000명 중 무주택 비율과 사내 부부 제외 등을 고려해 전체의 40%가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1조4000억원의 자금이 더해진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에서만 내년까지 총 17조원의 부동산 투자 여력이 마련된다.
문제는 최대 30조원대에 달하는 사내 대출 유동성이 정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임직원 복지 차원의 사내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권 대출 규제 규격에서 제외된다. 대기업 임직원들이 성과급과 사내 대출에 더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까지 활용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에 나설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공급은 부족한데 유동성 확대…정부의 딜레마
공급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동성이 유입된다는 점은 정부의 고민거리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수도권 외곽으로 수요가 확산하는 추세다. 정비사업의 경우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단기간에 공급 확대가 어려운 만큼 정부는 세제를 활용한 수요 억제책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오는 7월 세법 개정안에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나 종합부동산세 과표 구간 개편 등이 담길지가 주목된다. 현재 60% 수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하면 세율 인상 없이도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주택 보유세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다"고 언급한 만큼 보유세 개편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부동산 시장에 성과급 등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지난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4월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보유세 강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는 소위 ’빚투’보다 현금 자산을 확보한 고소득 계층이 자산 시장으로 진입하는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김 실장이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는 낙수효과 형태로 부동산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 화성·동탄 지역 아파트 가격은 6월 셋째 주에만 2%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 접근성이 우수한 용인 수지구 역시 올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영통과 평택, 이천 등 반도체 벨트 전역에서 거래량이 우상향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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