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연합]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두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시장혼란과 신뢰를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일 코스피 지수가 종가기준 9114.5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하루 동안 국내 주요 수급 주체인 개인과 외국인 모두 조단위 거래대금을 기록한 종목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뿐이다.
단일종목 뿐만 아니라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 레버리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각 평균 거래대금이 1조원대를 기록했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 레버리지도 평균 거래대금이 1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 가능성 희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개별주를 포함해 관련 ETF로 자금 블랙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을 건전성을 훼손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상장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금융감독원장이 반성한다고까지 얘기했는데,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변동성과 투기를 부채질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상장폐지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냈다.
금융당국도 뒤늦게 책임을 통감하며 개선 방안을 찾고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단일종목·레버리지 ETF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단일종목상장지수펀드증권이 상장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고 3개월간 기초자산이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 5% 미만, 코스피 평균 거래대금 비중 2.5% 미만 등일 경우 상장폐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거래대금 역시 두 종목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요건으로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없다.
ETF 계약기간이 종료되거나 수익자들이 투자신탁의 해지를 결의했을 경우에도 상장폐지가 가능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만기가 있는 상품도 아니고,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아 상장폐지 요건을 갖추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 ETF의 상장폐지가 가능하지만, 현재 단일종목 ETF 상품 16개의 총 시가총액 규모는 15조원이 넘는다. 금융당국이나 거래소가 일괄적으로 상장폐지를 단행할 수 없는 노릇이다.
[출처= 연합] ◆신용·미수 조절 조치로 변동성 완화 나서나
현실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제한할 수 없는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개별주나, 해당 종목을 최대 규모로 편입하고 있는 종목들의 신용·미수거래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SK하이닉싀의 신용잔고는 9236억원이나 순증가했다. 삼성전자 역시 6115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를 통해 SK하이닉스 투자 비중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ETF 신용잔고도 67억원이 순증가했다. PLUS 글로벌HBM반도체 ETF도 41억원 늘었다. 개별주는 물론이고 ETF까지도 신용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에서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증권사의 신용·미수 거래 부분인 만큼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조절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은 ETF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 만큼 연계상품의 추가 상장을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두 종목이 국내 대표 기업이기 때문에 편입하는 ETF도 많을 수밖에 없지만, 두 종목이 담긴 ETF 수는 각각 200개가 넘는다.
ETF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향후 자산운용사의 신규 ETF 출시에도 속도 조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9천피 축포에도 시장 신뢰 고심 깊어지는 금융당국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무엇보다 정부의 금융정책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과 반도체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성과를 올렸다.
정부는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증시 변동성 심화로 이어진 정책을 펼치고 결국 실패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쏠림 심화와 이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주식시장이 오히려 취약해졌다는 평가로 굳어질 경우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방향성도 모호해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취지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지만, 출시 전부터도 이미 시장에서는 위험성을 경고했었다"며 "상장 당시 두 종목의 상승세가 워낙 강했고, 단 두 종목에 국한한 단일종목 ETF가 나오면서 부작용이 더 커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이 투기적인 측면이 많은데 이 부분을 간과했다"며 "증시 부양을 넘어 장기적으로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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