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각 사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과 호남권을 중심으로 한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방안을 검토하면서 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대대적인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 규모는 최대 4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이어 또 하나의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양사는 이달 말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토 공간 대전환(지방균형국가) 민관 합동회의’를 앞두고 충청권과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투자 구상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획은 단순히 지방에 공장을 신설하거나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수준이 아니다. 지금까지 경기 평택·화성, 이천·청주, 용인으로 이어졌던 반도체 산업 축을 남부권까지 확대하는 국가 차원의 산업 재배치 성격이 강하다.
◆수도권 중심 반도체 산업, 충청·호남으로 확장
국내 반도체 산업은 오랫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을, SK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를 기반으로 생산 역량을 키워왔다. 여기에 용인 국가산업단지가 미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핵심 거점으로 추진되면서 수도권 중심 구조는 더욱 강화되는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전력망, 용수 공급, 데이터센터, 물류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특정 지역에 산업이 집중되는 데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산시설이 한 지역에 과도하게 몰릴 경우 공급망 리스크와 전력 수급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충청권과 호남권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청권은 기존 반도체 산업과의 연계성이 뛰어나고 관련 협력업체 기반도 갖추고 있다. 광주·전남은 넓은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에너지 인프라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맞물리면서 반도체 산업의 지방 분산 배치가 정책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전공정 포함 시 투자 규모 수백조원대로 확대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투자 범위다. 당초 시장에서는 패키징과 테스트 등 후공정 시설 위주로 지방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는 핵심 제조 단계인 전공정 시설까지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정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집중된 분야다. 기술 난도가 높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장 한 곳을 건설하는 데만 최소 60조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후공정 시설, 연구개발(R&D)센터, 협력사 단지, 전력망 구축, AI 데이터센터 등을 함께 조성할 경우 투자 규모는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복수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전체 투자 규모가 300조~40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투자 규모가 이 수준에 도달할 경우 국내 산업 역사상 손꼽히는 초대형 민간 투자 프로젝트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AI 데이터센터 결합한 ’남부 반도체 벨트’ 구상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AI 인프라와의 결합 가능성 때문이다. AI 산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다음 달 충남 아산을 방문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달 말 광주를 찾아 관련 투자 구상을 공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같은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충청권과 호남권은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AI와 반도체 산업이 집적된 첨단산업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용인이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라면 이번 구상은 충청·호남을 중심으로 한 제2의 반도체 벨트를 구축하는 개념에 가깝다"며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할 핵심 성장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특별법 시행과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맞물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대한민국 산업지형은 기존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수도권·충청권·호남권이 함께 성장하는 다핵 산업체제로 전환하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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