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한국 증시에서 주가 과열 및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출처=연합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초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을 잇달아 상장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규제 사각지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허용조차 어려운 최대 50~150배 수준의 레버리지 상품이 해외 거래소에서는 사실상 제한 없이 거래되면서 수조원 규모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 공백은 물론 국내 자본시장 유동성 유출과 가격 왜곡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코스피도 ’코인처럼’…150배 레버리지 베팅 가능
29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 22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ETF인 ’KORU’를 기초자산으로 한 ’KORUUSDT’를 상장한 데 이어 26일에는 최대 50배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한 상품을 추가로 내놓았다.
KORU 자체가 코스피 상승률의 3배를 추종하는 ETF인 만큼, 여기에 다시 50배 레버리지를 적용하면 이론상 코스피 움직임에 최대 150배 수준으로 베팅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코스피가 1% 오르면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소폭 하락만으로도 투자금 대부분을 잃을 수 있는 초고위험 구조다.
바이낸스는 이달 초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상품을 상장한 뒤 최근 최대 레버리지를 기존 20배에서 50배로 확대했다.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초고위험 상품이 해외에서는 별다른 투자 제한 없이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출처=바이낸스] ◆ SK하이닉스 거래액 10조원 육박…국내 투자자 대거 유입 추정
시장 반응도 뜨겁다. 글로벌 차트 플랫폼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KORUUSDT는 상장 이후 불과 닷새 동안 약 7억5000만달러(약 1조1600억원)가 거래됐다.
SK하이닉스 선물상품(SKHYNIXUSDT)은 이달 누적 거래액이 64억달러(약 9조9000억원)에 달하며 10조원에 육박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관련 상품도 각각 7000억원, 800억원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업비트나 빗썸 등에서 테더(USDT)를 매수한 뒤 이를 바이낸스로 옮겨 거래하는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의 투자 적격성 심사나 교육 없이 국내 투자자들이 초고위험 상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 금융당국 손 못 미치는 ’무법지대’…시장 왜곡 우려도
문제는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이 사실상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이낸스는 국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금융투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자본시장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 시 투자자 보호가 어렵고, 해외 거래소로 거래 수요가 이동하면서 국내 금융시장 경쟁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국내 대표 자산을 기초로 한 거래가 해외에서 급증할 경우 가격 형성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국내 현물시장보다 해외 시장이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 해도 사전교육과 각종 투자 규제가 적용되는데 해외 거래소에서는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수십 배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다"며 "국내 투자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거래 수수료와 유동성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 사실상 무규제로 유통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투자자 보호와 규제 형평성 측면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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