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N DB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체질을 다시 바꾸고 있다. 불과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 안팎에 머물던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반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급증이 예상보다 강력하게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국 경제를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해외 주요 투자은행 8곳의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3.0%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평균 2.0%였던 전망이 6개월 만에 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해외 IB 평균 전망치가 3% 선에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수치 조정보다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통상 성장률 전망을 보수적으로 수정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석 달 연속 전망치를 높이며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 AI 반도체가 바꾼 한국 경제 평가
전망 상향의 핵심 배경은 반도체다.
HBM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의 수출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월간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이에 따라 해외 IB들도 잇따라 전망치를 수정했다.
JP모건은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3.7%로 한 달 만에 0.7%포인트 높였고, 씨티도 3.0%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HSBC와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역시 잇달아 전망치를 높이며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기관은 이미 4%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4.0%, 코리안리는 4.1%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 성장률보다 더 놀라운 ’경상흑자’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경상수지 전망이다.
해외 IB들이 예상한 올해 명목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평균 14.0%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전망치인 6.5%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HSBC는 한 달 만에 전망치를 9.8%에서 17.0%로 대폭 상향했고,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노무라, JP모건도 일제히 전망치를 높였다.
이는 단순히 수출이 늘어난 수준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대외 경쟁력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한은도 전망 수정 불가피…남은 변수는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은행도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기존 2.6%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1.8%로 확정된 데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변수도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 AI 투자 사이클 변화가 현실화할 경우 성장세가 예상보다 약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분위기는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졌다. 한때 ’저성장 고착화’가 한국 경제의 키워드였다면, 지금은 AI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 회복이 성장률 전망 자체를 끌어올리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통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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