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연합 ]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일제히 고개를 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선에 대형 암초가 등장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가뜩이나 물가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심리적 방어선마저 무너지며,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공포가 다시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이필요하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연준의 스탠스를 한층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돌아서게 만들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6월 소비자기대 설문조사(SCE)’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단기(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7%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3.5%)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지난 2023년 9월(3.7%)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단기뿐만 아니라 중기 물가 심리까지 동반 악화했다는 사실이다. 향후 3년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른 3.3%를 기록해 2022년 6월(3.6%)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기 전망인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0%로 전월과 같았으나, 이미 연준의 물가 목표치(2.0%)를 크게 웃도는 수준에서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해진 배경에는 의료비와 임대료 등 정주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한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 서비스 및 주거비 물가의 경직성이 소비자들의 장단기 물가 눈높이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세는 물가 불안 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이란의 LNG 운반선 공격 소식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에너지 비용 압박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발표된 이번 지표는 월가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공급 측면의 충격과, 소비자들이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믿는 심리적 충격이 결합할 경우 물가와 임금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 우려 속에서도 자신들의 재정 상태나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1년 내 실직할 확률은 14.1%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했고, 실직 후 새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은 44.9%로 오히려 1.2%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의 재정 상황과 증시 전망에 대한 자신감도 이전보다 개선됐다.
과거에는 고용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가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지금은 튼튼한 고용 시장과 가계의 견고한 소득 여건이 오히려 강한 소비 체력을 뒷받침하며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연착륙의 신호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내릴 명분을 사라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제학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자기실현적 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모니터링하는 지표 중 하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해 온 상황에서, 이번 지표는 연준의 스탠스를 한층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돌아서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월가 전문가들은 "삼성이 견고한 실적을 내고 서비스업 지수가 확장세를 보여도 증시가 폭락한 것은 결국 유가와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의 갑작스러운 반등은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뒤로 미루거나 인하 횟수를 줄이는 강력한 빌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채권 금리 상방 압력과 기술주 중심의 변동성 확대라는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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