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해양플랜트 ’고수익’ 체질 바뀌나...중동·미국 발주 훈풍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FPSO.[출처=HD한국조선해양]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사업이 올해 1분기 실적 시즌을 계기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대규모 손실의 원인으로 꼽혔던 해양플랜트 사업이 최근에는 고부가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되며 수익성 개선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주요 산유국들의 에너지 투자 확대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재개 움직임까지 맞물리며 업계에서는 해양플랜트 시장이 반등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매출 4578억원, 영업이익 8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3.8%, 1212.1% 증가한 수치다. 전 사업 부문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트리온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와 루야(Ruya) 프로젝트 관련 매출 인식 확대가 본격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리온 FPU는 멕시코 심해 유전용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사업이며 루야 프로젝트는 중동 지역 해상 유전 개발 사업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해당 프로젝트의 주요 해양설비 제작을 맡고 있다.
특히 단순 매출 증가를 넘어 수익성 회복 흐름이 뚜렷하다는 점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조선업계는 과거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공정 지연과 원가 상승으로 대규모 손실을 경험했지만 최근에는 반복 수행 경험과 공정 관리 역량이 축적되며 수익 구조가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루야 프로젝트 매출 반영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일부 수익성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해양플랜트 부문의 고수익 기조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투자 확대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유가가 유지되는 한 주요 산유국들의 유전·가스전 개발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해양플랜트 설비 발주 역시 다양한 지역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대형 FLNG. [출처=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역시 해양 부문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9023억원, 영업이익 27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122%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LNG운반선 중심의 고선가 물량 효과와 함께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프로젝트 공정 확대가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말레이시아 ZLNG, 캐나다 시더(Cedar) FLNG, 모잠비크 코랄(Coral) 프로젝트 등을 수행 중이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생산·액화·저장·하역까지 수행하는 고난도 설비다. LNG운반선보다 기술 장벽이 높고 프로젝트 규모도 커 대표적인 고부가 해양플랜트 분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조선사 가운데 가장 많은 FLNG 건조 경험을 확보한 업체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양 부문 수주 목표로 82억 달러를 제시했으며, 4월까지 약 4억 달러 규모 수주를 확보한 상태다. 회사는 “지난해에서 이월된 FLNG 프로젝트 2기와 올해 신규 발주 예정 프로젝트 2기 등 총 4기의 대형 FLNG 수주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수리남·멕시코 등에서 진행 중인 FLNG 프로젝트 기본설계(FEED)에도 적극 참여하며 중장기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델핀(Delfin) FLNG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FID)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추가 대형 수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에너지플랜트사업부는 아직 본격적인 실적 회복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모습이다. 1분기 에너지플랜트 사업부 매출은 전 분기 대비 57% 감소한 1789억원을 기록했고, 프로젝트 종료에 따른 가동률 저하와 고정비 부담 영향으로 7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 측은 주요 생산설비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일부 신규 프로젝트의 인허가 일정이 지연되며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황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브라질·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FPSO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글로벌 해양 석유·가스(Offshore Oil & Gas) 투자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글로벌 원유·가스전 개발 투자가 확대되면서 FPSO 신조 기회도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중장기 석유·가스 개발 투자 결정(FID)이 재개되고 있어서다. 멕시코만과 브라질, 동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FPSO·FLNG·해양 플랫폼 발주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해양플랜트는 공정 지연과 원가 부담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수익 구조가 안정화되는 흐름”이라며 “중동과 미국 중심의 에너지 투자가 이어질 경우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 부문 실적 기여도도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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