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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랠리는 그대로인데…한국 반도체 덮친 ’공포 거래’

2026년 07월 14일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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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 연합] 최근 코스피가 급락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실적보다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투매성 매매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집중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장중 96.9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최고치(89.3)를 넘어섰다. 장기 평균인 21.6의 4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시장의 공포 심리가 극단적으로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가 주가 좌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 메모리 업황 자체보다 투자심리 위축이 단기 주가를 좌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AI 랠리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단기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고, 이를 계기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반도체 조정은 펀더멘털 악화가 아니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것"이라며 "AI 칩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고, 2028년까지도 신규 생산능력 확보가 쉽지 않아 AI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증권 리서치 업체 제프리스의 크리스 우드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하락은 예정된 조정이지만 시장의 공포 심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반도체 업황의 핵심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고점론이 부각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흐름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공포 심리에 동참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보다 큰 낙폭…한국 증시 ’공포 프리미엄’ 부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처=연합] 이번 조정에서는 같은 메모리 업종 내에서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미국 경쟁사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AI 메모리 경쟁력이나 실적 전망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의 낙폭이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최근 조정장에서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15% 급락하며 18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삼성전자도 10.7% 하락했다. 반면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의 하락률은 4.4%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차익실현과 국내 증시 특유의 높은 변동성이 겹치면서 공포 심리가 미국보다 더욱 증폭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력과 생산능력에서는 우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국내 시장은 투자심리 변화와 외국인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 특성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매출 규모만 보더라도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의 두 배 이상이고 HBM 시장 점유율 역시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비슷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반영돼 있다"며 "평소에도 할인받는 국내 증시는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할인 폭이 더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최근 주가 하락폭 역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이 공포 심리에 의해 과도하게 확대된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반등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AI 투자 축소 가능성은 여전히 낮고 산업의 중장기 방향성도 명확한 만큼 과거처럼 반도체 피크아웃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외국인 반도체 지분율이 이미 역사적 저점 수준인 만큼 추가적인 매도 압력은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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